코로나19로 시중 경기가 얼어붙어 힘든 사람이 너무 많은 요즈음. 설날 연휴가 와도 예전처럼 즐거워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추운 겨울 장터에서 일하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안부를 물어보았다.
“그래도 풍물시장만 한 곳이 없어요”
P44(44번 주차장) 앞 곡물 난전 김진수 씨
코로나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면 장사가 안 되는 건 확실하죠. 그런데 풍물장만 그런 게 아니고 다른 장도 다 그래요. 여기 풍물장에 물건을 팔러 오는 상인들은 대부분 경기권 장터를 다니는 분들이에요. 양평장이며 하남장이며 다 다니는 분들인데 그나마 여기가 낫다고들 해요.
예전에는 서울경기권에서 손님들이 많이 왔는데 요즘은 잘 안 내려와요. 서울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물가가 비싸죠. 모든 물건이 일단 서울로 가서 다시 내려오니까 서울이 더 쌀 수밖에 없잖아요. 옛날에는 좀 비싸도 재미 삼아 내려오셨는데 요즘은 경기가 안 좋으니 안 오시는 것 같아요. 설날 대목은 그래도 장사가 좀 돼요. 설날 앞두고 마지막에 서는 두 장 때가 제일 바빠요. 올해 설날도 많은 분이 찾아와서 바빴으면 좋겠어요.
“한복 입기 전통 지키는 가족에게 감동받았죠”
한복나라 최문숙 씨
7, 8년 전까지는 그래도 설날이라고 한복을 맞추러 오는 분들이 많았어요. 평소에는 사물놀이나 민속 무용하시는 분들 공연용 한복 주문이 많았는데 코로나19로 행사들이 취소되니 덩달아 한복 주문도 줄었어요. 그래도 강원도기능경기대회 전통한복 부분에서 금상을 여러 번 수상한 게 소문이 났는지 찾아주는 분이 많아서 야근을 많이 해요.
2, 3년 전인가 한복을 맞추러 온 부부가 있었는데 가족들이 몇 년째 설날이면 다 같이 한복을 입는 전통이 있대요. 한복을 안 입고 오면 벌금을 낸대요. 무척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요즘은 생활한복이나 누빔조끼를 많이 주문하세요. 대여도 많이 하시고요.
“동부시장 많이 이용해주세요”
동부튀김 서동숙 씨
동부시장 지하는 떡집과 전집이 유명하잖아요. 그런데 30년을 춘천에 살면서도 이런 곳이 있는지 몰랐다고 하는 분도 있더라고요. 떡집은 보통 새벽 5시 반이면 열고 전집은 7시면 열어요. 코로나로 예전만큼 손님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꾸준히들 찾아주세요.
직장을 다니다 그만두고 2년 전에 아는 분 추천으로 장사를 시작했는데 직장 다닐 때보다 수입은 좋아요. 대신 개인 시간이 없지만 직장처럼 정년이 있는 게 아니니까 계속 일할 수 있어서 좋아요.
여기 전들은 다 크기가 큰 편이에요. 아무래도 제사상에 올라가는 음식이라 큰 걸 선호하시거든요. 그냥 드시는 용도로 사가실 경우 미리 얘기하시면 작게도 만들어 드려요. 바쁘지 않을 때는 즉석에서도 만들어 드리니까 기다리셨다가 포장해 가면 돼요. 재료는 항상 이틀치는 준비해 두거든요. 동부시장 많이 이용해주세요.
“상인과 소비자가 신뢰하며 정 나눌 수 있기를”
샘밭농산 윤현수 씨
작년 이맘때 비해서 딱 1/3밖에 장사가 안 돼요. 보시다시피 장날이라고 해도 요즘 부스가 많이 비어 있어요. 그래도 나와야죠. 먹고살아야 하니까. 아니면 어떻게 해요. 저 고추 한 박스 팔아봐야 5천 원밖에 안남아요. 비싸게 떼와도 싸게 팔아야지 비싸면 안 팔려요.
매스컴에서 제발 시민들이 돈을 쓸 수 있게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장사하는 사람이나 손님이나 믿고 거래를 하죠. 코로나로 아무리 각박해도 정을 나눌 수 있게 해줘야죠.
오늘도 애막골시장에서 장사하는 친구들이 샘밭장날이라고 놀러왔는데 장사가 안돼서 속이 터진다고 해요. 저는 그나마 단골들이 찾아주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서 좋아요. 잊지 않고 찾아주니 얼마나 반가워요. 설날 맞이해서 손님들이 더 많이 찾아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