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두산으로 옮겨진 조양루. 일제강점기 1938년 춘천이궁을 해체하려는 의도로 조양루를 우두산으로 옮겨다 놓았다.
지금은 강원도청사 앞으로 이전 복원해 놓았다. 사진 연제철 제공
우두산은 해발 133m의 나지막한 산이다. 용화산 줄기가 뻗어내려
신북 수리봉을 거쳐 우두산에 와서 멈추어 섰다. 우두산은 낮지만 우두벌에
우뚝 솟아 소양강과 자양강 그리고 한반도 최대의 고대 유물유적이 쏟아져
나온 하중도 일대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라고 할 수 있다.
가까이 봉의산과 소양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으며, 멀리 춘천을 두르고 있는
삼악산 북배산 수리봉 마적산 구봉산이 시야에 들어오고 서면의 신매리와 서상리,
신북읍 일대가 발아래에 있는 듯 가깝게 다가선다.
우두산의 다른 이름은 소슬뫼
우두산이란 이름은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우두산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단으로 신성 장소였다. 우두산의 다른 이름인 ‘소슬뫼’는 ‘솟아오른다’에서
‘솟을’과 산의 고어 ‘ 뫼’가 붙어서 이루어진 말이다. ‘솟아오른다’에서 솟아오르는
대상은 해를 말하며, 소슬뫼는 다름 아닌 해가 솟아오르는 산이란 의미로, 이는 해로
인해 만물이 새롭게 솟아오르는 ‘새롭게 단장하고 순환하는 재생’의 힘을 뜻한다.
해로 인해 새롭게 단장하고 순환하는 재생을 계절로 말 하면 봄이다.
우두란 다름 아닌 순환하는 자연의 피어나는 허준구의 춘천백경 13 생명력을 뜻한다.
소양강昭陽江의 소양 또한 솟아오르는 아침볕이란 뜻이고 이 또한 계절로는 봄이 된다.
우리 고을이름이 ‘봄고을’ ‘춘주春州’ ‘봄내’ ‘춘천春川’이라 불리는 이유를 여기서도 찾을 수 있다.
해는 밝음을 상징한다. 아침은 이 밝음이 솟아오르는 시간이고 새로움이
시작되는 경이로운 공간이기도 하다. 고조선은 이 밝음 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였다. 우두산은 고조선의 밝음을 숭상하고 이를 하늘과 인류에게
알리고자 했던 제의가 벌어졌던 신성 장소였다.
우두산은 6·25전쟁 발발 후 가장 중요한 시간이었던 3일간(25~27) 봉의산과 함께
북한군의 남침을 저지했던 상징적 공간이기도 하다. 사진 국가기록원
우두산 소슬묘로 오인되고 있는 사진. 그러나 소슬묘는 전설에 나오는 묘일 뿐이다.
우두산에서 제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묘라고 착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사진 춘천문화원
민중의 희망 전설로 피어나다
제의가 이루어졌던 우두산 천단은, 맥국¹이 세상 사람에 게서 잊히고 풀이 우거지며
하늘 이야기에서 민중들의 세 상사 이야기로 바뀌었다. 하늘에 제사 지내던 천단天壇은
무덤 모습으로 바뀌고 하늘 신화 이야기도 묻히면서, 세상 사람의 부귀공명 이야기가
덧입혀져 ‘소슬묘’ 전설로 바뀌어 나갔다.
우두산 정상에 있는 소슬묘 전설²은 대략 다음과 같다. 이 소슬묘는 중국 황제의 묘이고,
소나 짐승이 묘를 짓밟아 놓아도 하룻밤 사이에 봉분이 스스로 솟아난 솟을뫼(자용산自聳山)이며,
봉분을 파헤쳐보니 정황기正黃旗(청나라 황제기의 하나) 또는 (제단) 기와만 나와서
마을 사람들 이 다시 봉분을 만들려 하니 하룻밤 사이에 예전 모습으로 저절로 솟아
나왔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아마도 소슬묘 전설은 민중의 희망과 욕망이 확대되어
나온 이야기 지만 여전히 우두산의 신성과 신비로움을 전해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우두산을 한자로 표기하면 소 우牛와 머리 두頭 그리고 뫼 산山이 된다. 이를 뜻만으로
풀이하면 ‘소머리산’이 되고, 이는 일본 역사서 『일본서기』에 등장하는 신 ‘스사노오
노미코토素殘嗚尊’가 신라의 산 ‘소시모리(소머리)’로 내려 왔다고 하는 소시모리와 같다.
이를 한자로 표현한 것이 우두牛頭이다. 그런데 우리 단군 조선이 시작된 송화강
유역의 만주 동부 지역에도 ‘소시모리素尸毛梨’가 있는데, 이 곳을 지금은 우수牛首라고 부른다.
또한 경상도 합천에 우두산이 있으며, 이곳은 『일본서기』에 등장하는 ‘소시머리’ 에 부합한다.
그러므로 소시모리는 만주로부터 한반도를 거쳐 일본에 건너간 지명이 된다.
새해 어둠을 뚫고 솟아오르는 새해 아침을 우두산에서 맞이하면 어떨까?
단군 조선을 이어받은 마지막 고대국가 맥국의 천단에서 새해 해맞이는 의미가 남다르지 않겠는 가!
맥국의 새해 아침이여, 순환하는 자연 생명을 잉태하며 솟아올라라!
맥국 1) 맥국은 춘천 신북읍 발산과 신사우동 우두산을 주요 근거지로
기원전 3~4세기부터 기원후 1~3세기까지 존속했던 고대 부족국가다.
최근 보고된 춘천중도 유물유적은 맥국이 존속했던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소슬묘 전설 2) 우리나라에서 산의 정상에 묘를 만들지 않을 뿐 아니라 실제 그런 실례實例가 없다.
소슬묘는 소슬뫼와 동의어로 풀어야 한다
글 허준구
문학박사. 춘천학연구소 소장. 일찍이 춘천학에 관심을 갖고 춘천의 역사와 문화에 집중해 왔다.
특히 천혜의 춘천 자연환경에 문화와 역사의 색을 입히는 데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