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민숙 관리사무소장과 자원봉사자 박재옥 씨
신북읍 천전리 1351, 소양댐으로 향하는 길목 왼쪽에 해강아파트란 작은 아파트 단지가 있다.
25년 전에 지어진 복도식 아파트로 총 2개 동에 424세대가 살고 있다.
이곳에 지난 9월 2일 ‘해랑’이란 이름의 작은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규모는 약 10평(30㎡)으로 관리사무소 안의 회의실을 개조해 도서관으로 꾸몄다.
“규모가 너무 작은가요? 이런저런 회의 때 2개월에 한 번 정도만
사용하는 공간이 너무 아까워 주민들이 아이디어를 냈죠.
좋은 책들을 모아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이용하는
‘공동 서재’같은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해강아파트 관리사무소 곽민숙 소장(48)의 설명이다.
그리고 올해 초 (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가 공모한
‘공동주택 활성화사업’이 도서관 아이디어의 직접적 계기였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운영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끌렸죠.
비교적 오래된 아파트여서 단지 내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도심에서 떨어진 곳이다 보니 문화시설이나 도서관 이용도 쉽지 않은 편입니다.
코로나블루로 인한 우울감이나 사회적 비대면 분위기 등으로 갈수록 교류도 줄어들고….”
해강아파트 ‘작은 도서관 프로그램’에 배정된 지원금은 600만원.
단 지원금은 ‘공동체 화합’를 위한 용도로만 써야 했다.
강사 초빙이나 프로그램 운영비로 사용할 수는 있지만, 책이나 비품 등을 구입할 수는 없었다.
“주민들이 ‘모여서’ 뭔가를 함께 이뤄내는 데 사용하라는 것이 지원금의 취지였죠.
그래서 6월에는 목공 강사를 초빙해 주민들이 수업을 듣고 직접 목재를 구입해 책장을 만들었고,
7월과 8월에는 꽃꽂이와 캘리그래피 수업도 진행했죠. 강좌 내용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주민들 의견을 모아 결정했기에 호응도 좋았어요.”
개관 무렵, 아파트 인근의 한국수자원공사 소양감댐 지사로부터 300만원을 후원받아
도서 292권을 마련했다. 추천도서 목록이나 ‘해랑’이란 도서관 이름도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결정했다.
다목적 공간으로 사용되는 작은 도서관 ‘해랑’
“도서 구입비가 따로 없으니 아직은 후원과 기증에 의존하고 있죠.
현재 2,000권 정도 모았는데 아이들 책이 많아 다양한 분야의 도서가 절실합니다.
도서 분류나 데이터베이스 작업은 자원봉사자들이 해주고 계시지만,
사서 경험이 있는 분의 재능기부도 필요하구요.”
행복한 마을, 더 나아가 살기 좋은 사회는 절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관심과 참여의 결과물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해랑의 첫걸음은 입주민들의 생활을 더욱 활기차고
풍요롭게 가꿔줄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