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범해 대표, 진민호 씨, 정미정 씨, 김순영 씨
“어릴 적 동네 약방처럼 동네 꼬마 녀석들부터 어르신까지 아무 때나
편하게 들러 쉬었다 가고 말동무도 하는 그런 약국을 운영해보고 싶었습니다.”
석사동에 터를 잡고 3년째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김범해(55)대표의 약국은 모양새가 참 특이하다.
춘천에 살면서 아니 전국적으로 약국을 다녀봤지만 이런 약국은 처음 봤다.
투박하게 만든 흙벽돌로 겹겹이 쌓아 올린 외벽과 시원스럽게 통유리로 마감한
겉모습은 얼핏 봐도 카페와 다름 없어 보였다.
건물 밖 벽면을 따라 옹기종기 놓여 있는 화분과 건물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등 빛이 통 큰 투명유리를 통해 여과 없이 비춰지는 모습을 보니
약국 내부의 모습이 더욱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사람 키 두 배가 넘을 정도로 높게 만들어 확 트인 천장과 여러 명이
둘러앉아도 될 만큼의 큼지막한 나무 탁자 뒤로 길게 놓인 의자,
그리고 작은 볼륨으로 나즈막히 들려오는 음악 소리.
단순하면서도 깔끔하게 진열된 약들이 거부감을 주지 않고 편
하게 다가왔다.
김 대표는 25년 가까이 다니던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50대를 눈앞에 둔 2018년,
같은 업종의 직장 경험과 느꼈던 점, 그리고 어릴 적 동네약국에 대한 추억을 더해
누구나 편한 마음으로 부담 없이 쉬었다 갈 수 있는 쉼터 같은 약국을 열었다.
약국 곳곳에는 그의 따뜻한 마음의 손길이 닿아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나무가 주는 따뜻함을 느끼게 하기 위해 크고 넓은 나무 탁자와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위해 머리와 등을 완전히 등받이에 기대
창 밖 풍경을 보며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등받이가 높은 의자를 놓았고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차도 마실 수 있도록 카페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 각종 약을 어지럽게 선전하는 광고문구가 없이 약만 깔끔하게
정리를 해두어 손님들의 눈도 편하게 했다.
손님들이 내 집 거실처럼 편하게 들어와 언제든 쉬었다가 갈 수 있도록
공간을 넓게 할애하고 하루 10시간 넘게 일하는 직원들을 위해서
조제실 공간도 넓게 만들어 편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했다 .
직원 정미정(47) 씨는 “카페처럼 자유롭고 여유 있는 분위기에서
근무하다 보니 마음이 확 트이고 일에 대한 스트레스도 덜해 다른 직장 다닐 때
심하게 앓았던 월요병도 없어졌고 마음이 편한 상태에서 근무하다 보니
오시는 손님들과 더욱 살갑고 가깝게 대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수직관계의 경직된 직장 분위기가 아니라 서로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는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는 게 제일 감동이라고 했다.
진민호(32) 씨는 다른 곳에 근무할 때는 낮에는 형광등 불빛만 들어왔는데 여기는 낮에도
햇빛이 들어오고 주변 경치를 볼 수 있어 상쾌한 마음으로 근무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김 대표는 “원하는 약을 빨리 사서 빨리 가는 게 일반적인데 쉼터 같은 동네약국에서
대화를 나누며 행복과 건강이 전달되기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