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운 후 단체사진을 찍은 추곡2리 주민들
이번 달을 끝으로 ‘우리 마을 별별공동체’의 연재를 마친다.
하지만 (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의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내년에는 더 멋진 마을공동체가 꾸려지길 바라며 추곡2리 38문화마을 공동체를 마지막으로 만났다.
북산면 추곡2리는 38선 부근 마을이다. 그래서 한때는 북한에 속한 적도 있다.
요즘 추곡2리의 인구는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배후령 터널이 생기면서 교통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농사 인구는 줄고 있지만 전원생활을 하려고 외지에서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이곳은 가구가 밀집해 있는 것이 아니라 흩어져 있어요. 안 그래도 교류가 적은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주민들의 삶이 더 피폐해졌지요.
그런데 새로 유입되는 마을 인구는 많아 마을에 활기를 찾고
화합을 이루어 내고자 마을공동체를 만들었어요.”
추곡2리 박성태 이장의 말이다.
함께 모여 영화 본다
추곡2리에는 버섯 모양의 마을 공용건물이 있다.
38문화마을공동체는 매달 한 번 이곳에 모여 함께 영화를 본다.
“영화를 보려면 시내에 나가야 하고 영화관에 가서 표도 끊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잖아요.
마을에 모여서 영화를 보면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되고 마을 주민들 얼굴도 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죠.
보고 싶은 영화를 조사해서 넷플릭스로 보고 있어요. 마을에서 쓰던 아날로그식 영화상영기도
디지털기기로 교체하고 스크린도 교체했어요.”
영화 상영을 시작하자 생각보다 많은 주민이 참석했다. 적게는 20명에서 많게는 40명도 참가한다고 하니 꽤 많은 숫자다.
‘위드 코로나’ 시대로 넘어왔지만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열심히 지키고 있다.
38문화마을 공동체 사업의 일환으로 천연비누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법 어렵지 않아요
38마을공동체의 또 다른 사업은 마을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농업기술센터에서 마을에서 생산한 농산품의 상태를 보기 위해 사진을 찍어서 보내라고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어르신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전송하는 법을 몰라 공급 기회를 놓친 적이 있어요.
안 되겠다 싶어 스마트폰 교육을 생각했지요. ”
(재)춘천지역먹거리지원센터가 생기면서 학교 급식에 들어갈 로컬푸드 공급처를 찾을 때
빨리 대응하지 못한 시행착오를 다시 겪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스마트폰 사용법 교육을 할 때 친근감을 주기 위해 자녀나 손주들과 사진을 주고받는 내용을
프로그램에 넣었는데 그게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마을 소식지 만들다
얼마 전에는 한의원 원장을 초대해서 건강 강좌를 듣고 원하는 주민들에게 침을 놔주는 행사도 했다.
다들 나이가 많다 보니 허리와 무릎이 안 좋아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마을버스를 타고 침 맞으러 나가려면
또 하루가 걸리는데 직접 와서 놔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했다.
“천연비누 만들기 시간도 있었는데 특히 마을의 형수님들이 좋아했어요.
어떤 분들은 이렇게 예쁜 걸 어떻게 쓰냐며 벽에 걸어두고 장식품으로 사용하는 분도 계셨지요.”
38마을공동체 실무자 황환용 씨의 말이다. 마을소식지를 두 차례 만든 것도 큰 성과다.
소식지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가서 도와주는 추곡2리 119 단장이자
청년회 기술부장인 원종일 씨의 미담부터 마을에서 일어났던 소소한 일상들이 아기자기하게 담겨 있다.
박종태 이장은 소식지를 통해 마을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마을공동체의 일원으로 서로 의견을 나누며
살기 좋은 추곡2리 38문화마을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마을이 뭔가 돌아가는 것 같고 갈등이 없다는 박성태 이장의 말이 참 듣기 좋았다.
매달 한 번 모여 함께 영화 보는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