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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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71

2021.12
#봄내를 즐기다
이 달의 책
박제영 신작 시집 <안녕, 오타 벵가> 외

박제영 신작 시집 <안녕, 오타 벵가>

해학과 풍자를 넘어선 서글픈 블랙코미디


안녕, 오타 벵가

박제영 시

달아실 펴냄

140쪽 | 1만원


오타 벵가는 1904년 벨기에군에게 노예로 붙잡혀 뉴욕 자연사박물관과

브롱크스 동물원에 전시됐던 콩고의 원주민 청년이다.

오타 벵가로 상징되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을

깊은 풍자와 해학의 서글픈 코미디로 그려낸 시집이다.

박제영은 춘천 대표 출판사 ‘달아실’의 편집장이기도 하다.

시가 돈이 되지 않는 시대에 전국의 좋은 시인을 찾아 70권 가까운 시집을 내주면서도

정작 본인 시집 내기에는 인색했던 그가 이번에 내놓은 ‘안녕, 오타 벵가’는 회심의 역작이다.

1부 ‘장돌뱅이 우리 할매 술만 자시면 들려주던 옛날이야기’는 큰일 하겠다고

세 살배기 딸만 남겨두고 만주로 떠난 남편을 잃은 청상과부가 늙어서

강생이(강아지) 같은 손자에게 풀어놓는 한풀이다.

그의 몸속 시의 유전자는 타고난 이야기꾼인 그의 할머니로부터 이식받은 게 틀림없다.


2부 가리봉동에 사는 가난한 지식인 부부

‘에라 만득아, 에라 구신아’는 삶의 비애를 웃음으로 가린 해학의 절정체다.

웃고 지날 수 없는 삶의 뼈저린 애잔함이 이면으로 다가온다.

3부는 ‘아르바이트생 A양이 최저 임금을 계산해줄 것을 요구하자

편의점주는…’으로 시작하는 긴 제목의 시처럼 부조리한 현실에서 제대로 목소리도

못 내보고 사는 소외된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4부 ‘사랑이 독이라면 기꺼이 그 독을 마시라’는 사랑 이야기다.

사실 박제영은 사랑의 시를 가장 잘 쓰는 시인이다.

그가 쓴 사랑 시를 읽다 보면 저절로 얼굴이 붉어진다.

5부는 시와 시인의 이야기다.

무사 귀환을 보장받지 못하면서 계속 도전하는 남극탐험대처럼

시의 얼음 바다에 침몰하고 또 침몰하면서 시의 극점을 밟으려 도전하는 이야기다.

박제영이 이번 신작 시집 ‘안녕, 오타 벵가’로 시의 극점을 밟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강원도 오래된 미래


김영규, 김남덕, 이학주, 김시동, 박병문, 진용선, 엄경선, 류제원, 남동환 지음

도서출판 산책 펴냄 96쪽 | 1만원


11월 12~14일 ‘2021 춘천한국지역도서전’ 행사의 하나로 춘천시립도서관에서 강원도특별전 ‘오래된 미래’가 열렸다.

이 전시는 강원기록문화네트워크가 참여, 강원도 내의 마을을 주제로 삶과 희망을 찾아

강원도 땅으로 이주와 입주를 통해 뿌리를 내린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보여주기 위해 기획된 전시다.

이 책은 이 특별전을 바탕으로, 기억 너머로 떠내려가는 과거를 붙잡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분단의 아픔을 겪으며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실향민,

경제개발로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야 했던 화전민, 댐 건설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수몰민 등

저마다 시대와 이유는 다르지만 이주와 입주를 통해 탄생한 새로운 삶의 방식과 공간들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