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학교’ 내년부터 상설 운영
(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에서 오랜시간 준비한 ‘쉼표학교’가 내년 3월부터
상설 운영된다. 춘천에 사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행복지수가 높기로 유명한 덴마크의 시민학교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지난 10월 30~31일 소양호농어촌인성학교에서 열렸던 4기 ‘쉼표학교’에 직접 참여해봤다.
춘천시민학교는?
춘천시민학교는 나와 타인, 내가 살아가는 공동체에 대해 탐구하며
‘주인으로서의 시민’으로 살아가는 길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덴마크의 행복 비결 중 대표적인 요소로 꼽히는 휴식, 공동체 문화, 평생교육을
춘천에 접목해 자기 돌봄과 소통, 나눔이 일상적으로 펼쳐지는 춘천을 만들고자 한다.
춘천시민학교 프로그램은 현재 ‘쉼표학교’, ‘우리가학교’, ‘사다리학교’ 세가지가 있다.
쉼표학교는?
한국인에게 정情이나 한恨 같은 고유의 정서가 있다면 덴마크인에게는 휘게Hygge가 있다.
휘게는 편안함, 따뜻함, 아늑함을 뜻하는 덴마크어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서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
일상 속의 소소한 즐거움이나 안락한 환경에서 오는 행복을 뜻하는 단어다.
성인을 위한 인생학교인 ‘쉼표학교’는 ‘휘게’를 배우고 익히는 시간이다.
지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나의 안부를 챙겨본다.
또 다름이 존중되고 평등한 관계를 가지며 나와 타인이 함께 행복해지는 소중함을 아는 시간이다.
커먼룸(공용휴게실)
아로마향과 분위기 있는 조명 아래서 언제든 쉬고 싶을 때 쉬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다과를 먹으며 힐링할 수 있는 커먼룸은 이번 쉼표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이었다.
나의 안부
우리의 쉼 중에 부족한 쉼은 무엇인지 찾아보고 다른 사람의 쉼도 들여다 보는 ‘나의 안부’ 시간.
쉼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채우고 쉼이 새로운 삶을 위한 터닝포인트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는 시간이다.
조르바의 춤
온몸으로 지금의 나를 만나는 ‘조르바의 춤’ 시간.
조르바는 자유를 상징하는 인물로 소설 ‘그리스 인 조르바’의 주인공 이름이다.
몸과 마음과 정신이 하나가 되는 순간 뭔가 떠오르며 자기 안의 메시지를 찾게 된다.
너의 둘레
내가 누군가의 둘레가 되고 누군가가 나의 둘레가 되어 깊고 충분한 대화를 나누는 ‘너의 둘레’ 시간.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 되어 나를 비추어 볼 수 있는 시간이다.
휘게(쉼)를 배우다
쉼표학교 입소 전 참가자 전원이 코로나19 간이키트 검사로 음성 확인을 했다.
참가자 15명은 사전에 서로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만났는데 자기소개 시간이 특이했다.
나이나 직업, 거주지, 실명 등은 밝히지 않고 현재 자신의 기분이 어떤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나눴다.
스스로 닉네임(별칭)을 정하고 왜 그 이름을 정했는지 돌아가면서 이야기하는 시간도 가졌다.
쉼표학교의 안내자들은 대부분 1년 이상 덴마크 시민학교에 직접 다녀온 ‘자유학교’ 구성원이었다.
이들에게 먼저 휘게에 대해 배우고 스스로 휘게를 실천하는 시간을 가졌다.
잠이 부족한 사람은 잠을, 산책이 필요한 사람은 산책을,
운동을 하고 싶은 사람은 운동을 하는 등 각자 원하는 휘게 시간을 가졌다.
쉼을 재발견하다
쉼표학교는 쉼을 재발견하는 시간이었다. 육체적 휴식만이 쉼이 아니었다.
집중력을 재충전하는 정신적 휴식, 감성을 재충전하는 감정적 휴식, 관계를 재충전하는 사회적 휴식,
삶의 의미를 찾는 영적 휴식 등 많은 종류의 휴식이 있고 그것에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참가자 중 닉네임 ‘그리다’는 “육체적 휴식이 확보될 때 나머지 휴식들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너무 바쁘게 살다 보니 필요한 휴식들을 너무 못 챙기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 말했다.
닉네임 ‘롤링’은 “사교생활로 정신이 없었다.
삶의 만족도는 높지만 왠지 여유 없이 살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 한편이 늘 불편했다.
사회적 휴식이 과도하고 정신적 휴식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춘천시민학교는 ‘나’에서 ‘우리’로 그리고 ‘공동체’로 좋은 에너지가
순환되는 함께 행복한 춘천의 선순환고리를 만드는 학교다.
쉼에는 많은 가능성이 숨어 있다
대부분의 연수나 교육이 꽉 짜인 일정으로 채워지는 것과는 달리 쉼표학교는 ‘쉴 새 없이 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쉬는 시간이 많았다. 심지어 내키지 않으면 프로그램 중간에 빠져서 혼자만의 쉬는 시간을 갖는 것도 허용됐다.
실컷, 충분히 쉬었다는 생각이 들 무렵 조를 나누어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지금 현재 나의 감정과 가장 닮은 감정카드를 뽑아서 서로의 마음 상태를 공유하는 시간을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었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처럼 쉼에는 많은 가능성이 숨어 있었다.
그리고 좋은 쉼은 새로운 움직임을 불러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연결되고 확장되는 쉼
둘째 날은 조금 더 다른 쉼의 경험을 가졌다. 각자 자신이 가진 지식이나 재능,
경험 등을 나누는 시간을 통해 또 다른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간호사이자 요가 강사인 닉네임 ‘그리다’는
몸과 마음의 이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명상 요가를 체험하게 해줬다.
목공에 소질이 있는 닉네임 ‘H’는 미리 준비해온 원목과
조각칼로 버터나이프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줬다.
정리정돈을 잘하는 닉네임 ‘뽀롱’은 버리기가 중요하다며 각종 물품의 수납법을 자세히 알려줬다.
이처럼 서로가 연결되는 시간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발을 내딛는 확장의 시간을 가졌는데
이는 쉼표학교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인 ‘우리가학교’의 모델과 흡사했다.
우리가학교는 우리가 가진 소소하고 소중한 경험과 지식을 함께 나누는 학교다.
세 번째로 선보일 춘천시민학교 프로그램은 ‘사다리학교’다.
쉼표학교와 우리가학교에서 만들어진 커뮤니티를 지원하고 잠재적 시민기획자 및 교사를 키운다.
내년부터 쉼표학교 매월 1회 진행
내년 3월부터 쉼표학교는 매월 1회 진행된다. 쉼표학교를 근간으로 쉼표학교의 경험을 지역에서 확산,
순환할 수 있는 우리가 학교와 사다리학교의 연동 프로그램을 순차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춘천시민학교의 세 가지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싶거나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재)마을자치지원센터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된다.
‘나’로부터 전환해서 ‘우리’를 연결하고 ‘공동체’에서 순환하는 춘천시민학교가 ‘시민이 행복한 도시,
춘천’ 만들기에 새바람을 일으킬 것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