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를 1년여 앞두고 있는 시점에 춘천고등학교 2학년 허재영(18) 학생이 시집을 펴냈다.
시집을 펴낸 허 군을 만나기에 앞서 궁금증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고2 수험생이 시집을 펴냈다는 것과 감수성이 한창 예민할 대로 예민해진 청소년기의 학생이 펴낸 시집의 내용이 궁금해졌고
또 허 군의 모습도 궁금해졌다.
18세 청소년이 쓴 시 세계를 만나러 가기 위해 타임캡슐을 타고 10대 청소년기로 되돌아갈 채비를 하고 허 군을 만났다.
시 쓰는 허 군의 모습이 궁금했었는데 성인 못지않은 건장한 체격과 긴 꽁지머리를 하고 나타났다.
어려서부터 남다른 시적 감각을 갖고 있었던 허 군은
초등학교 2학년 때 할머니 댁에 놀러 갔다가 본 버드나무를 보고 쓴 시가 학교 소식지에 실리는 것을 계기로 시 쓰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초등학교 3학년 때는 신동면 금병초등학교로 전학을 갔는데 그곳에서 시 쓰기 활동을 하게 되면서 시와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했다.
시집 <시 읽는 날>을 펴낸 고등학교 2학년 허재영 군
본격적인 시 쓰기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였다.
허 군은 시 쓰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지만 그의 시집에 들어있는 총 34편의 시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단지 재미 때문에 쓴 것이 아닌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요즘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에서부터 학업에 대한 부담,친구 관계, 꿈, 고민, 좌절,
갈등, 상처, 미련, 부모님에 대한 사랑, 첫사랑 등 요즘 청소년이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를 시로 풀어냈다.
“짧은 시간에 많은 공부를 해야 되는 게 가장 힘들고 어렵습니다.
평균수명 증가와 함께 어느 한 시기만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는 기간을 늘려
평생 나눠서 공부를 하면 모든 과목에 흥미를 가지고 재밌게 배울 수 있게 되고
또 그렇게 되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 그의 시에서는 감수성이 예민해진 사춘기 학생이 느끼는 학업에 대한 부담감 등이 자연스레 묻어나 있기도 하다.
다음은 어린 시절 친구랑 싸운 적이 있는데 그때 친구가 한 말이 상처로 남아 쓰게 된 ‘영원’이란 시다.
영원은 길게 늘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것은 영원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순간에 지나치는 이 짧은 찰나마저도 영원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내뱉은 말, 우리가 느끼는 감정, 남에게 준 상처도 누군가에게는 영원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눈’이란 시는 어느 추운 겨울밤 12시에 학원 수업을 끝내고 집으로 가면서
하얗게 내린 눈과 다음 날 새까맣게 더러워진 눈을 보면서 쓴 시다.
모두가 잠든 밤에 조용히, 고요히 내려 이 땅에 소복소복 쌓였다가 온 세상 더러움 안고 올라가 다시 새하얗게 내리리라.
의외로 수학 선생님이 장래 희망이라는 허 군의 시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울림이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어울리지 않는 반대의 것들이 함께할 때 진정한 어울림이 될 수도 있구나 라고.
18세 감수성과 함께 학업에 대한 부담감으로 밤잠을 설쳐 가며 공부와 함께
자신만의 생각과 감정을 오롯이 담아낸 허군의 시를 보면서 힘든 일상을 보낼 때마다 더 단단한 시를 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위로와 격려를 해주고 싶고 나아가 여러 가지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안겨주는 따뜻한 시인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