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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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70

2021.11
#봄내를 꿈꾸다
2030 춘천일기
‘탈서울’ 결심한
30대 예술가 부부

Instagram @Finden_art @Finden_house



결혼 5년 차가 끝나갈 즈음 집의 전세 기간이 끝나 갔다.

이제 막 기어 다니기 시작한 생후 10개월 아기와 고양이 두 마리를 데리고 이사를 준비해야 했다.

마침 작업실 계약 기간도 끝나 가는데…. 어디로 가지?

우리 부부는 서울의 모 대학교 산업디자인과 졸업반에서 캠퍼스 커플로 만났다.

매일같이 작업으로 밤을 새우며 값싼 학식으로 끼니를 때우던 배고픈 학생 시절부터

첫 직장을 얻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함께하며 3년의 연애 후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대학 시절 살았던 허름한 건물의 11평짜리 자취방에서 신혼을 시작했고 그 후 2년마다 조금씩 나아지는 상황에 맞춰 전셋집을 옮겨 다녔다.

그리고 세 번째로 살고 있는 방이동 빌라의 전세 기간이 끝나면서 계약을 연장해야 할지,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다.이제 아이도 있으니 깨끗하고 넓은 아파트로 이사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탈수도권’이라는 우리 결혼 생활 중 가장 큰 고민을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몇 달 동안 발품을 팔며 서울 근교의 아파트 시세를 알아보니 너무 터무니없이 비싼 것이 아닌가.

알아보는 족족 혀를 내두를 시세에 점점 우울해져만 갔다.

‘우리에게 아파트 매매는 아직 너무 이른 걸까?’라는 생각과 동시에 ‘근데 우리가 굳이 서울에 있을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처음으로 비수도권을 떠올렸다. 여러 가지 후보를 떠올리던 중 너무 선명하게 춘천이 떠올랐다.

춘천은 남편의 고향이다. 예비 시댁에 인사를 드리러 처음 방문한 춘천이지만, 갈 때마다 항상 기분이 너무 좋고 왠지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19개월 아기와 고양이 두 마리와 남편의 고향인 춘천에 정착했다.



조용하고 레트로한 분위기의 운교동에 자리 잡다


젊은 나이에 다시 귀향(?)하게 된다는 생각에 남편은 그리 긍정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춘천보다 더 좋은 곳을 떠올리기가 힘들었기에 무작정 끌고 내려왔다.

“일단 한번 보기라도 하자. 보는데 돈 드는 건 아니잖아?”

그렇게 우리는 겨울이 한창인 12월부터 시간 나는 대로 아기를 들쳐업고 서울에서 춘천까지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부동산 사장님과 함께 이곳저곳을 보다가 도착하게 된 운교동의 한 주택가 골목.

골목골목 빨간 벽돌과 주황색, 파란색 등 갖가지 색 지붕의 구옥들이 참 아기자기하게 보였다.

팔호광장 쪽의 상권은 남편이 기억하던 어릴 때의 활기는 없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조용하고 레트로한 분위기가 나에겐 더할 나위 없는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중 골목 안쪽 갈림길에서 커다란 개복숭아 나무를 옆에둔 2층짜리 건물을 만났고, 그 앞에 서서 상상했다.

1층에는 화실 겸 작업실, 2층은 주거 공간으로 만들어서 사는 모습.

‘그림 그리고 싶을 때마다 내려와서 그림 그리고, 뒷마당에서는 아이와 함께 뛰어놀고,

사람들이 찾아와서 수업도 하고 내 그림도 구경하면 참 좋겠다.’

그렇게 우리의 머릿속에서 아파트는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아파트 안녕….

그렇게 남편에겐 어릴 적 추억이 가득한 고향,

그리고 나에겐 언제나 편안한 여행지인 춘천이 2021년 5월 우리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되었다.



여행에서 나를 발견한 기쁨 함께 나누고 싶다


동부시장 뒷골목.

운교사거리에서 팔호광장 오거리로 향하는 길가의 첫 번째 골목으로 들어와서 조금만 걸으면 새하얀 2층짜리 건물이 보인다.

드로잉 클래스를 진행하는 화실이자 작가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는 갤러리이며

그림으로 제작한 소품을 판매하는 소품숍, 그리고 맛있는 커피가 있는

카페이기도 한 ‘핀든하우스’. 핀든Finden은 영어 파인드Find(찾다)와 비슷한 의미가 있는 독일어로,

‘발견하다, 알아내다, 찾아내다’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빨간 벽돌을 모두 흰색으로 바꾸고 하나부터 열까지 셀프 인테리어로 꾸몄다.



직장을 그만두고 훌쩍 홀로 떠난 여행에서 ‘그림으로 나를 발견’한 기쁨을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어 지은 이름이다.

아직 30대인 우리 부부는 19개월 된 아이와 함께 이른 나이에 춘천에서 전원생활을 즐기러 온 것은 아니다.

춘천에서 좀 더 대중적인 방식으로 예술을 즐기고 그림을 가까이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을 통해

즐거움을 나눔과 동시에 조금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다.

지난 5월 이사하고 정식으로 드로잉 카페를 오픈한 지 이제 막 석 달 차에 접어들었다.

조금씩 핀든하우스를 알고 찾아주시는 분들을 만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오늘도 커피를 내리고 그림을 그리며 하루를 시작해 본다.



오랜 직장 생활을 끝내고 재충전을 위해 떠난 유럽 여행지에서 그린 그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