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의 계절이 왔다.
한파가 오기 전 담가 둔 김장은 일년 내내 고마운 일용할 양식이 되지만 막상 김장 생각을 하면 겁부터 난다.
올겨울 김장은 산지에서 바로 수확해 깨끗하게 절인 싱싱한 춘천 절임배추로 하면 어떨까?
마을에서 제일 젊다는 이유로 16년째 이장을 맡고 있는 신포2리 김석포 이장
사북면 신포2리 수리봉마을영농조합은 7년 전부터 김장철이면 절임배추 판매를 하고 있다.
춘천 북쪽에 위치한 수리봉마을은 산지가 많은 ‘준고랭지’ 지역이라 배추 농사가 잘 된다.
조합원은 30명인데 대부분 고령이라 대규모 농사를 짓지는 못하지만 조합에서 힘을 모아 마을 수익 사업으로 안착을 시켰다.
신포2리에서 가장 젊다는 이유로 16년째 마을 이장을 맡고 있다는 김석포(59) 이장은
“7년 정도 하다 보니 입소문이 나서 단골이 많이 생겼다.
춘천 중에서도 워낙 추운 곳이라 일교차가 커서 배추가 단단하고 맛있다”며 판로 걱정은 크게 하지 않는다고 했다.
마을 절임배추 작업장은 올해 농업기술센터에서 리모델링비를 지원받아 김치 공장으로 등록을 했다.
앞으로 학교 급식 등 여러 곳에 납품할 수 있도록 위생관리시스템인 해썹(HACCP)인증도 받았다.
사북면 신포2리 수리봉마을영농조합 절임배추
절임배추 만들며 정 나눈다
보통 김장 배추는 8월 20일경에 심어 10월 말부터 11월 초 사이에 수확한다.
여름에 옥수수나 감자 등 다른 작물을 수확한 땅에 이모작을 하는 것이다. 절임배추를 만드는 시기는 11월 1일부터 12월 10일경까지다.
배추 절이는 일이 힘들지 않냐고 물었더니
“힘들어요. 밭에서 배추를 따서 차에 싣는 일부터 저장하고 절이고 포장하고 청소까지 해야 하니 당연히 힘들죠”란다.
매년 절임배추 작업을 함께하는 마을 주민 엄현자 씨의 말이다.
하긴 집에서 40포기만 절여도 힘든데 몇천 포기를 절이는 일이 어찌 힘들지 않겠는가.
“그래도 배추 절일 때나 돼야 사람들 얼굴도 보고 좋아요. 평소에는 다들 바빠서 만날 시간도 없어요.
오랜만에 마을 언니들과 수다도 떨고 배춧국에 김치 곁들여 같이 밥해 먹으면 정말 재밌어요.”
힘들어도 힘든지 모르고 일할 수 있는 비결은 역시 함께하는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우리 절임배추가 시중가 대비 싸요. 몇 년째 가격을 안 올리고 있어요.
아무리 올리라고 해도 이장님이 안 올려요. 우리는 소금도 간수 다 빼서 몇 년씩 묵혀 놔요. 그러면 소금에서 쓴맛도 빠지고 덜 짜거든요.
사람들이 우리 배추 먹어보고 해남 배추 왜 사냐고 해요.”
엄현자 씨 옆에 있는 김석포 이장에게 왜 가격을 올리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매년 잊지 않고 찾아주는 게 너무 고마워서’란다.
“방금 전에도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전화가 왔어요. 매년 절임배추를 사 가는데 올해도 주문해도 되냐고요.
그런데 올해는 값을 올리긴 올려야겠어요. 박스 값, 비닐포장재 등 부자재 값도 너무 많이 들고 무엇보다 소금 값이 너무 올랐어요.”
아무리 정 많은 김석포 이장이라도 솟아오르는 물가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북산면 부귀리 물안골농장 절임배추 김장 키트
이웃 김장 나눔용으로도 많이 애용
절임 김치를 판매한 돈은 우선 조합원들 출자 배당금으로 나가고 나머지는 마을회관 관리비 등 마을 사업에 쓰인다.
지난해 판매한 수익금으로 얼마 전에는 아이들 체험학습용 동물농장 부지도 마련했다.
마을 사업으로 캠핑장과 물놀이장을 운영 중인데 동물농장을 만들면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다.
이곳의 절임배추는 이웃들 김장 나눔용으로도 많이 이용된다.
춘천 퇴계동, 서울 중계동 등 전국적으로 자매결연을 맺은 마을이 있는데
이곳에서 절임배추를 사서 만든 김장 김치를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 준다.
수리봉 마을 역시 절임배추를 모두 판매하지 않고 마을의 홀몸 어르신, 기초수급자 등 어려운 이웃에 게 김장을 해서 나눠주고 있다.
북산면에는 수리봉마을영농조합(☎010-6373-3228) 외에 오탄3리 우레골영농조합법인(☎010-8604-1023)에서도
절임배추를 판매하고 있으며 북산면 부귀리 물안골농장(☎010-6377-0300)에서는
절임배추와 양념을 세트로 묶은 김장 키트를 판매하고 있다.
산 좋고 물 좋은 청정 춘천에서 만든 절임 배추가 춘천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농가 수익이 많이 올라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