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강과 자양강(북한강)이 만나 하나가 된 신연강은 지금은 의암호로 불리고 있다._사진 유현식
북한강, 소양강으로 통칭되는 춘천의 두 강에 대해, 예전에는 선조들이 구역별로 부르는 다른 이름들이 있었다.
우리 지역을 지나는 강줄기에 본래 이름이 있었음에도 그 이름들이 점점 잊혀 가고 있어
우리네 선조가 몇백 년을 불러 오던 강 이름을 소환하고자 한다.
북한강이란?
북한강은 한강 지류 중에서 가장 긴 강으로 강원도 회양군 금강산 금강천(북한 소재)에서 시작해
남한강과 합류하는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양수리兩水里)까지 그 길이가 482㎞에 이른다.
한강의 양대 갈래 중에서 북쪽에 있다고 해서 북한강이라 부르고 있는데 춘천을 지나는 북한강 물줄기는 전체 가운데 일부분이다.
우리 지역을 지나는 북한강 물줄기에 우리 선조들은 나름의 삶과 연관된 의미 있는 이름을 붙여서 사용해 왔다.
그러나 지금 우리 선조가 붙여 부르던 강 이름은 모두 사라지고 북한강으로 부르는 안타까운 상황에 빠져 있다.
우리 지역을 지나는 강줄기에 본래 이름이 있었음에도 북한강으로 치부해버리는 잘못에서 벗어나야 하겠기에
우리네 선조가 몇백 년을 불러 오던 강 이름을 소환하고자 한다.
자양강과 소양강
춘천은 신북읍과 우두벌 그리고 중도로 이어지는 지역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큰 강이 흐른다.
두 개의 큰 강은 소양강昭陽江과 자양강紫陽江(또는 장양강長陽江)으로 불렸고
이 두 강은 봉황대에 이르러 한 줄기로 합쳐져 신연강新淵江이 된다.
소양강이란 이름은 지금껏 잘 쓰여서 춘천을 대표하는 강 이름이 되었다면,
춘천을 북에서 서로 관통하는 자양강은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북한강으로 일괄해 불리고 있다.
소양강의 소양은 아침놀이란 뜻으로 방위로는 동쪽이고 계절로는 봄을 의미하고,
자양강의 자양은 저녁놀이란 뜻으로 방위로는 서쪽이고 계절로는 가을을 의미한다.
소양강과 자양강은 동강과 서강으로 마주하며 흘렀고 두 강은 흐르는 지역마다 별도의 이름으로 불렸다.
춘천의 강과 신연강
소양강에는 구역별로 강 이름이 있으니 신북읍 샘밭에서 소양1교에 이르는 유역을 우두강이라 하였고,
근화동 당간지주 부근에서 봉황대에 이르는 유역을 대바지강竹田江이라 했다.
자양강 또한 세부적인 이름이 있으니 신포리에서 춘천댐에 이르는 유역을 모진강,
춘천댐에서 신매리에 이르는 유역을 오매강 또는 매강, 신매리에서 현암리에 이르는 유역을 중진강中津江이라 했다.
이후 소양강과 자양강은 만나서 하나의 강줄기가 되는데 이를 신연강이라 불렀다.
새로운 여울이란 뜻인 신연新淵 또는 새롭게 이어 간다는 뜻인 신연新延으로 표기되기도 했고
새롭게 강을 맞이한다는 뜻으로도 쓰여서 신영新迎이라고도 했다.
이 신연강은 문암과 의암댐을 지나 남산면 방하리까지 이어진다.
신연나루와 의병아리랑
춘천은 육로가 지금처럼 발달하기 전에는 물길이 자못 발달됐었다.
그래서 춘천을 지나는 자양강과 소양강 그리고 신연강에는
우리네 이별의 애환과 귀향의 만남을 간직한 나루가 사람이 거주하는 곳곳에 생겨났다.
자양강에는 모진나루, 오미나루, 신매나루, 금산나루, 중진나루(농협뱃터)가, 신연강에는 신연나루와 둔덕(둔덜리)나루가,
소양강에는 워나리, 소양나루(윗배터)와 중도나루(아랫배터)가 있었다.
특히 신연나루에는 유난히 많은 사연이 간직되어 있다.
신연나루는 춘천에서 서울을 가기 위해서 꼭 거쳐야 했고 서울에서 춘천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도 반드시 거쳐야 했던 주요한 나루였다.
“<후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
춘천아 봉의산아 너 잘있거라 / 신연강 뱃머리가 하직일세
/ 싸리재 아흔아홉 구비 우리 복병 / 삼악산아 우리 군대를 보호해다오”
<춘천 ‘의병아리랑’ 일부>
1895년은 을미년으로 조선의 국모였던 명성황후가 일본 낭인에게 무참하게 살해됐고
일본의 압력에 굴복하여 전통 의복을 바꾸고 상투를 자르는 법복령과 단발령이 시행됐다.
이에 춘천에서 의병이 일어나 봉의산에 의병을 일으킨 대의를 밝히는 제사를 지내고 전국 최초로 친일 관찰사의 목을 베었으며
조선과 임금을 구하고자 서울로 진공 작전을 펼쳤다.
이때 춘천 의병은 신연나루를 건넜고 그 당시 모습이 의병아리랑에 또렷하게 남아 전해지고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춘천의 강에는 우리 선조가 지어 사용하던 고유한 이름이 있었다.
우리 선조의 삶의 흔적과 숨결이 남아 있는 그 이름을 되살려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지 않겠는가!
북한강, 소양강으로 통칭되는
춘천의 두 강에 예전에는 선조들이 구역별로 부르는 다른 이름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