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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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70

2021.11
#봄내를 품다
이재수 시장 특별기고
아이들이 행복한 도시 춘천

행복 하나 놀이터다운 놀이터


유년의 들녘이 그리운 계절이다.

비록 가난했지만 계절이 주는 풍요가 있고 짓궂은 아이들에게 언제나처럼 넉넉했던 우두뜰이 새록새록하다.

나의 유년시절 지금의 신사우동 전체가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소양강가의 드넓은 백사장은 지치도록 뒹굴고 뛰어도 늘 즐거움 가득한 천혜의 놀이터였고

온갖 먹을거리가 있는 우두벌과 우두산은 최고의 모험동산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그 재미있는 놀이터가 가뭇없이 사라졌다.

댐, 크고 높은 건물, 더 넓은 도로, 쌩쌩 달리는 자동차…. 어른들은 ‘무조건 개발’에 환호했다.

강에서 멱을 감고 모래놀이를 하던, 들길을 달음박질하던 아이들의 해맑은 숨 가쁨은 흑백사진으로만 남았다.

숱하게 도시계획이 세워졌다. 우선 도로를 긋고 택지, 근린생활시설 등을 배정한다.

물론 아이들을 위한 공간계획이 있었다지만 그 속에 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배려는 없었다.

일정 면적을 어린이공원으로 지정한다. 도시개발사업, 아파트단지 준공에 맞춰 어린이 놀이터가 들어선다.

그런데 이 동네 놀이터나 저 동네 놀이터나 똑같다. 기성품 사오듯, 엇비슷한 놀이시설로 며칠새 뚝딱 설치한다. 아이들은 안중에 없다.

그리고는 다른 곳은 위험하니 그곳에서만 놀라 한다. 어른들이 만든 놀이터. 재미가 없으니 아이들이 찾을 리가 없다.

방치되고 잡풀이 자라고 동네 쓰레기장이 된다.


아이들이 놀 곳을 잃은 지 오래다. 집밖을 나서는 아이들에게 의례 따라붙는 말이다. “차 조심해.” 아이들이 위험한 도시다.

놀 곳이 없는 동네. 미안했다. 정말 미안했다. 아이들에게서 빼앗은 놀이공간을 돌려주고 싶었다.

그 미안함이, 아이들이 행복한 놀이터를 위해 국내외를 찾아다니게 했다. 일본 도쿄 세타가야 지구 하네기공원에서 모험 놀이터를 보았고,

독일의 프라이브르그 버벙 지역에서 생태놀이터를 발견했다. 룩셈부르크에서는 바이킹 모험 놀이터를 보았다.


올해 4월 어느 날은, 시장이 되어 가장 보람되고 행복한 날로 남아있다.

그렇게 기대하고 꿈꾸었던 모험심 가득한 놀이터가 만들어진 것이다. 시장이, 행정이 나서서 만든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아이들이 만든 진짜 놀이터다.

기획, 디자인, 놀이시설, 감리까지 전 과정에 아이와 부모님들이 주도했다.

최초 논의에서 조성까지 수십 번의 숙의를 하느라 2년여가 걸렸다.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현재 퇴계동에 두 번째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놀이터’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그리고 재미와 모험심 가득한 제3, 제4… 놀이터가 만들어져 기존의 기성품 놀이터를 대체할 것이다.


잼잼놀이터 개장식에서 즐거워하는 아이들



행복 둘 안전한 먹거리는 기본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음식을 먹게하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애초 무상급식 논쟁이 불거지고 학부모들이 나서 불을 당겼을 때 분명 무상급식 앞에 친환경이 함께 붙어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로 친환경 무상급식을 하자는 거였다.

그런데 친환경은 사라지고 무상급식만 남았다. 우리 지역도 그랬다. 쌀을 제외한 모든 식자재 농산물은 시장에서 구매했다.

지역도 친환경도 없었다. 이런 불편한 상황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결국 당초 취지대로 학교급식에 춘천지역 농산물을 공급하게 했다.

학부모들의 질긴 요구의 결과였다. 시행된 지 2년이다. 처음 주저하던 학교들도 이젠 믿음이 쌓였는지

죄다 이 일을 도맡아 하는 춘천지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에 식자재 공급을 맡기고 있다.

지역 내 농산물 식자재가 학교뿐 아니라 유치원 어린이집 그리고 대학 군부대 등 공공급식의 대부분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이런 흐름은 지역 내 안전한 친환경 먹거리 생산기반을 만들고 있다. 춘천의 미래를 밝게 해주는 대목이다.

농민들에게도 농사의 즐거움을 줄 것이다. 나아가 농가공식품도 날개를 달 것이다. 안전 안심 농식품산업이 우리 도시의 전략적 산업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이지역에서 생산된 건강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먹고 살 수 있게 된 점이 고맙다.

먹는게 행복한 도시다.


아이들의 먹을거리는 건강과 직결된다. 동내면 신촌리 한 복숭아 농장에서 수확을 돕는 이재수 시장(2019년)




행복 셋 문화가 힘이 되는 도시


문화예술은 개인의 상상력, 창의력, 모험심을 자극하고 자기 안의 근원적 능력을 일깨운다.

문화예술 교육은 그리하여 특별하고 일반적 학습과 구별해야 할 이유다.

문화도시임을 자임하고 문화적 전통과 영성 가득한 춘천답게 남다른 문화예술 교육이 진행 중이다.

모든 초등학생들에게 고른 기회가 주어지는 어린이 통합예술교육이다.

정식 교과 과정에 포함되었으니 각 학교와 춘천문화재단의 긴밀한 협력 아래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 일은 학부모에게도 문화예술을 수시로 접할 기회를 부여할 것이고 나아가 문화가 일상인 도시가 되게 할 것이다.

또한 지역 문화 예술계에 새로운 일거리가 많아지니 춘천에 속한 문화 예술인들도 반길 일이다.

또한 수많은 전문예술인들이 춘천으로 그들의 터전을 옮기게 할 만한 충분 조건이 될 것이다.

이런 품격이 있는 도시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행복이다.

아마 우리 도시의 이러한 특별한 문화 예술교육이 부러워 유학을 오거나 아예 이삿짐을 싸는 젊은 부모들도 분명 있을 거다.


제4회 온세대합창페스티벌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이재수 시장(2019년)




행복 넷 ‘나 춘천 살아요’가 자부심이 되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자부심은 자신을 사랑하게 하고 자신감을 북돋우는 원초적 힘이다.

‘우리 동네’ ‘우리 시’ 이런 습관적 표현들이 사실은 정서적 동질감에서 나온 말이다.

이런 정서적 동질감이 모이고 쌓여 지역력을 만든다.

지역력은 곧 도시의 미래를 기획하고 행복을 일구는 힘이고 어떤 어려움도 극복해 내는 집단적 능력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어디를 가서든 ‘나 춘천 살아요’ 하는 강한 자긍심을 갖게 하는 바탕이기도 하다.

춘천의 아이들에게 그런 자긍과 자부심을 갖고 살도록 초등 3학년에 배우는 ‘안녕? 우리 춘천’이란 교과서가 만들어졌다.

학교 선생님들과 춘천학연구소가 1년여 동안 조사하고 연구한 결과물이다.

동네 이야기를 찾아 어르신들과 함께 만드는 구술 채록, 땅이름 속 스토리 찾기 등등 춘천학연구소는 하는 일마다 재미와 감동이 있다.

이 프로젝트가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기쁨을 주고 흥미를 끌게 할 것이란 확신이 든다.


소양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이 춘천학연구소에서 발간한 교과서 ‘안녕? 우리 춘천’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




행복 다섯 공동체가 함께 돌보는 아이들


맞벌이 가정의 가장 큰 고민은 아이들 돌봄이다.

방과 후 학원 여러 곳을 보낼 수 없는 형편의 가정이 많다.

아니 돌봄을 대체하고자 학원을 보내는 일도 아이들에게 미안하니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아이들을 맘 놓고 맡기거나 아이들이 부담없이 갈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런 필요가 춘천만의 새로운 돌봄을 시작하게 했다. 마을 돌봄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만든 것이다. 동네 어른들이 나섰다.

우리 아이들을 우리가 돌보겠다. 이분들이 팔을 걷어 붙이며 한 말이다. 옛부터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동네가 다 동원되었다는 말이있다.

이 숭고한 전통을 제대로 복원하고 온동네 사람들이 나서 돌봄을 구현하고 있다.

아이들이 이웃을 알게 하는 것도 고마운 일이요. 동네라는 공동체의 경험도 소중해 보인다.

평상시 방과 후 돌봄 뿐 아니라 방학 중 돌봄 프로그램도 멋지게 진행하고 있다니 우리 도시의 또 다른 자랑이고 자부심이다.



이쯤 되면 우리 도시의 아이들이 행복할 만 하지 않은가.

아이들이 행복한 도시가 곧 우리 모두가 행복한 도시다.




7월 23일 열린 제1회 춘천국제어린이그림교류전 개막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