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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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69

2021.10
#봄내를 꿈꾸다
명예시민기자가 만난 우리 이웃
가을이면 생각나는 문배마을
산채비빔밤과 동동주 맛집 많아

춘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봤을 문배마을.

가파른 산길을 허겁지겁 오르다 보면 금세 목이 마르고 배가 고파 마을 음식점으로 달려가

급한 대로 동동주 한 사발로 목을 적시고 산채비빔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던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재 한씨네 이씨네 장씨네 신씨네 김가네 큰집 촌집 통나무집 등 총 8곳이 성업 중이다.

6 · 25전쟁이 났는지도 모르고 지낼 정도로 춘천의 대표적인 오지마을 중 한 곳인 문배마을은 200여년 전부터 화전민이 모여 살았던 곳으로

문배란 지명은 과수원에서 재배된 배와 토종 돌배나무의 중간 크기인 문배가 많이 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1980년대 중반 구곡폭포에 산행을 하러 온 외지인들이 문배마을까지 올라오면서 배가 고파

민가에 들러 허기진 배를 채우곤 했었는데 산나물에 된장으로 막 비벼낸 산채비빔밥을 먹고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입소문이 전국에 퍼지게 되면서 현재의 문배마을의 음식점들이 형성됐다고 했다.

문배마을이 형성될 때만 해도 총 16가구가 있었는데 지금은 10가구가 남아 있고

그중에 8가구가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80년대 초반에 전기가 들어오고 90년대 후반 문배마을에 임도가 개설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곳 사람들은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자를 지게에다 지고 외길 산길을 다닐 정도로 고단한 삶을 살았다.



문배마을 풍경



문배마을에 있는 음식점 중 상당수는 흙과 짚과 나무를 이용해 만든 옛날 모습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어

당시 가옥의 형태를 잘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자연환경 및 경관이 잘 보전돼 2010년 환경부로부터 자연생태 우수마을로 지정되기도 했다.

남산면 가정리 쟁골에서 21세에 문배마을로 시집와 화전밭을 일구며 농사를 짓다가

20여년 전부터 문배마을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박순자(74) 씨는

5년 전부터 딸 한미경 씨(48)가 일손을 돕고 있어 힘도 덜 들고 의지가 많이 된다고 했다.

가마솥에 푹 끊여낸 토종닭백숙과 직접 채취한 산나물로 만든 산채비빔밥이 아주 맛있어 단골손님이 많다고 웃으며 말했다.

부모님 때부터 문배마을에서 제일 먼저 가게를 운영했다는 장석길(66) 씨는 20년 넘게 타지에서 직장 생활을 한 후

고향으로 돌아와 부모님 일을 돕다가 직접 음식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작한 지 3년 만에 단골손님이 모두 끊겼다고 했다.


늘 정해진 근무시간과 휴일이 보장된 직장생활을 해 온 생활방식 때문에

가게를 하면서 매주 월요일은 쉬고 손님이 일찍 끊기는 날에는 문을 닫고 개인 여가 시간을 보냈는데

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걸려 있는 문을 보고 그냥 되돌아가는 일이 잦아지자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 것이다.

부모님 때부터 찾던 단골손님인데 관리를 제대로 못 했던 것에 대한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나서부터

설날과 추석 명절을 빼고는 가게 문을 항상 열어 놓는다고 했다.

산속의 외딴섬으로 여겨질 만큼 외부와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공동체를 형성해 오며 춘천의 대표적인 명소로 자리 잡은 강촌 문배마을이

춘천 산촌마을의 정체성을 지키며 계속 많은 사람이 찾는 마을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