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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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69

2021.10
#봄내를 꿈꾸다
우리 마을 별별공동체
교동 수리나눔 공동체
어려운 이웃 위해 ‘러브 하우스’ 만들어요

오래되고 낡은 집에 살다 보면 여기저기 손볼 곳이 많아진다.

이사할 형편도 안 되고 스스로 고칠 능력도 안 되면 불편해도 그냥저냥 살아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삶이 우울해진다.

이런 이웃을 위해 천사를 자청하고 나선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교동 수리나눔 마을공동체다.


교동에 사는 이종화 씨의 직업은 실내 인테리어다.

주변에 이종화 씨처럼 ‘가진 게 기술’인 친구들이 많아 평소 함께 어려운 이웃의 집수리를 도와 왔다.

“집수리라고는 하지만 거창한 것은 아니고 전등이나 콘센트, 문고리 같은 걸 교체 해주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자잘하게 돈이 들었어요. 새 걸로 교체하려면 돈이 필요하잖아요.”


이종화 씨와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안승환 씨의 말이다.

그러던 중 춘천시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에 대해 알게 됐다.

신청을 하면 과연 될까 의문이었는데 다행히 지원사업에 선정돼 지원금 200만원을 받았다.

마을공동체 이름은 이종화 씨가 살고 있는 교동의 이름을 따서 ‘교동 수리나눔 공동체’로 짓고 직접 대표도 맡았다.

한정된 예산이라 넉넉한 사람까지 다 도와줄 수는 없어

노인가정, 다문화가정 등 어려운 이웃에 한정해 집수리를 해주기로 했다.

“지원금을 받으면 전등이나 전선, 콘센트 같은 부자재를 살 수 있으니 든든했어요.

수리는 저희가 봉사로 하니 인건비가 따로 들지 않아 통장에 아직 잔고가 많이 남았어요.


오래된 씽크대 배수구도 교체

지금까지 교동 수리나눔 공동체가 찾아간 집은 세 집이다. 세 곳 모두 어르신들만 사는 집이었다.

처음에 방문한 집은 싱크대 배수관이 낡아서 수리를 하고 콘센트도 새 걸로 교체했다.

오래된 전등도 전기세가 적게 나오는 밝은 LED 전등으로 교체했다.


교동 노인회 소개로 수리나눔 공동체에 집수리를 의뢰했던 주민 이성애 씨는

“평소 설거지할 때 너무 불편했는데 씽크대 수리를 해줘서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전등을 갈아줘서 집도 훤해졌어요. 옥상에 전깃줄이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다니기 불편했는데

올라와 보더니 위험해 보인다며 전선을 싹 정리해 주셨어요”라며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집수리가 끝나면 집주인과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식사하는 자리도 갖는다.

1인당 7,000원 이하로 식대를 책정해서 식사를 하는데 함께 식사를 하는 이유가 있다.

평소 봉사를 나가면 감사하다며 수리 가정에서 꼭 식사 대접을 하고 싶어하는데

그러면 아무래도 금전적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홀몸 어르신 가정을 중심으로 봉사를 나가기 때문에 집수리도 해 드리고

말벗도 되어 드리는 일석이조의 봉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었다.



교동 수리나눔 공동체 봉사자들과 봉사 활동을 구경하러 온 동네 이웃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봉사 대상자 찾는 일 힘들어

교동 수리나눔 공동체가 하는 일은 단순한 것 같지만 간단하지 않은 일이다.

전등을 갈고 콘센트를 교체하는 일이 뭐 그리 어렵겠냐 싶겠지만 막상 현장에 나가 보면 변수가 많이 생긴다.

전등이나 콘센트를 갈기 위해 옷장이나 식탁 같은 대형 가구를 옮겨야 하는 일도 빈번해 항상 두세 명 이상은 같이 다녀야 한다.

현재 공동체 구성원은 다섯 명인데 모두 현업이 있기 때문에 봉사 시간을 맞추는 일도 쉽지 않다고 했다.


“지금 가장 큰 애로사항은 코로나19로 신청자가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아까 통장을 보여드렸듯이 신청자가 많지 않아 지원금이 많이 남았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교동에 국한해서 사업을 하다가 나중에는 지역을 확대해 약사동에도 나갔어요.

춘천 전 지역으로 확대하려고요.”


물론 신청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만 도움의 손길을 주는데 기준이 뭐냐고 물었더니

“양심에 맡겨야죠?”라며 웃는다. 보통 한 가구당 자재비를 5만, 6만원대로 잡고 수리를 해준다.

한 가구에 너무 많이 지원을 하면 여러 가구에 도움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순수한 마음에서 봉사 공동체를 꾸렸지만 봉사 대상자를 찾는 일 등 생각보다 힘든 점이 많아

내년에 또 사업을 벌일 수 있을지 고민이라는 이종화 씨는 “연말까지 해보고 결정해야죠”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다.

어려운 이웃들이 수리나눔 공동체와 인연이 잘 닿아 공동체의 고민도 덜고 도움도 잘 받기를 바란다.



오래된 전등과 낡은 콘센트를 교체해주고 있는 봉사자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