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검색 닫기

VOL.364

2021.5
#봄내를 꿈꾸다
2030 춘천일기
춘천에서 춘천을 여행하다
-

Instagram @hepatica__


나는 춘천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아니다. 내가 춘천에 온 이유는 오로지 하나. 대학교 때문이다.

춘천에 대한 별다른 감흥 없이 ‘춘천 살이’를 시작했다. 경기도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나였기에,

강원도라는 단어가 나에게 주는 이미지는 산, 시골, 공기 좋고 물 좋은 동네였다.

사실 춘천에서 대학을 다닌다는 사실이 영 탐탁지 않을 때도 있었다.

서울로 대학을 간 친구들을 만나면 낄 수 없는 얘기들 속에서 괜히 멋쩍은 웃음을 지어야 할 때도 있었고,

수도권이 갖추고 있는 다양한 놀거리, 유명한 체인점과 같은 인프라가 부럽기도 했다.

내가 처음 마주한 춘천은 그저 학교 주변에 널린 카페와 술집들, 효자동에서 시작해서 효자동에서 끝나는 그저 그런 곳이다.

어쩐지 다 비슷해 보이는 느낌에 무의식중 내가 정의 내린 이곳은 '평범함'이다.


춘천은 노잼도시(ㅋㅋ) 라는 이미지를 바꿔준 김유정역 여행사진입니다.
기대도, 계획도 없이 갑자기 떠났지만 그만큼 행복은 배로 돌아왔던 여행이었습니다.


 취미로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춘천을 본격적으로 누비고 다니게 되었다.

블로그의 주제가 맛집, 카페 소개로 바뀌면서 춘천에 있는 다양한 곳을 다니기 시작했다.

효자동에서 머물던 나의 생활 범주가 넓어지게 된 것이다. 생각보다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학교 후문에 있는 세련된 카페는 이태원 같다가도 팔호광장에 있는 ‘광장상회’라는 카페를 가면 레트로한 분위기에 취하기도 하며,

석사천에서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보면 한강이 떠오르다가도,

요선동 ‘강릉집’에 가면 꼭 할머니 댁에서 밥을 먹는 것 같았다.

이렇게 나는 알면 알수록 팔색조 같은 매력을 가진 춘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가게 된 것이다.



김유정문학촌과 책과인쇄박물관에 반하다


코로나19로 인해서 너무나도 힘들었던 2020년 여름, 내가 춘천이라는 지역에 폭 빠져버린 두 번의 계기를 마주하게 된다. 첫 번째는 바로 ‘여행’이다. 같은 학생회에서 만난 동기와 지긋지긋한 일상을 잠시나마 탈피하고자 아주 귀여운 여행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춘천에서 춘천’으로의 여행이었다.학교 주위가 아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전혀 다른 곳을 찾아가고자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때 우리가 향했던 곳은 바로 ‘김유정역’이다. 김유정역은 내가 살고 있는 역의 바로 다음 역이라 사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대학생활 4년 내내 그 마음을 먹기가참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김유정역에 발을 내디딘 순간 우리 둘은 동시에 ‘‘여기가 진짜 춘천이 맞나?”라고 감탄했다. 그만큼 내가 알고 있던 곳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던 것이다. 김유정 문학촌을 시작으로 우리는 새로이 알게 된 춘천을 온몸으로 느끼며 눈에 담았다. 뒤이어 갔던 책과인쇄박물관에 도착했을 때 1층에서 마주한 거대한 활자들을 보고 그 경이로움에 숨이 턱하고 막혔다. 지금 다시 생긱해 봐도 그 날 느꼈던 감정들은 도저히 말로 형용할 수 없다.




춘천,너는내운명


 두 번째 계기는 대외활동이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여행 9단’은 말 그대로 대한민국의 구석구석을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대외활동이다. 처음에는 춘천 위주로 소개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춘천을 소개하게 됐고 내가 냈던 여행지들은 한국관광공사 메인 페이지에 거의 올랐다. 많은 분이 춘천의 매력을 알아 봐주신 걸까, 나는 여행 9단의 우수활동자로선발되었다. 이쯤되면서 ‘정말 나는 춘천과 무언가가 있는 건가, 평생 이곳에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대외활동을 위해서 갔던 장소들을 의무가 아닌데도 자연스럽게 개인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나, 이제는 학교 때문이 아니라 춘천이라는 곳에 이끌려 여기에 남고 싶어 히는나, 부모님에게 ‘너 이제는 춘천사람 다 됐다’라는말을 듣는 나, 나로 인해 변화하는 춘천을 보고 싶고, 더 나은 춘천을 만들고 싶어 하는 나. 이제 비로소 나는 춘천을 진심으로 애정한다. 대학교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이제 춘천에서 내 인생의 2막을 시작해 보려고 한다. 남들에게는 사사로운 것들이라고 여겨질지 모르겠지만 지난 6개월 동안 춘천에 나의 열정과 낭만을 담았다. 나의 낭만을 온 세상 사람들에게 공유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4년 만에 춘천의 매력에 홀딱 빠져버린, 강원대학교 춘천캠퍼스에 재학중인 엄현서입니다.〉

 


 




2030 춘천일기에 게재하고 싶은 사진과 수필 형식의 글(성함. 주소, 연락처 포함)을 봄내편집실 (bomnae1993@daum.net)로 보내주세요.

메일 제목에 <2030 춘천일기〉를 적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