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검색 닫기

VOL.369

2021.10
#봄내를 품다
허준구의 춘천 100경 ⑩
가을도 봄인 춘천의 三山二水

신연강과 삼악산



어느 시인은 춘천이 까닭도 연고도 없이 진달래꽃 닮은 누군가 있어 불쑥불쑥 가고 싶은 매력적인 곳이라 하였다.

천은 산이 아름답고 물이 맑다라는 뜻의 ‘산자수명山紫水明’에 가장 잘 어울리고,

당나라 최고의 시인 이태백이 부러워하고 아름답다고 여긴 ‘삼산이수三山二水’에 어울리는 천혜의 자연을 품고 있어서이리라.


삼산이수란 세 봉우리의 산과 두 강을 함께 일컫는 말로

인간이 산과 강을 바라보는 생태적 관점이 잘 드러난 대표적 표현이다.

당나라 최고 시인 이백李白은 최호崔顥가 지은 ‘등황학루登黃鶴樓’의 시를 보고서

그만한 필력으로 시를 지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에 강남을 이곳저곳 유람하다가 어느 날 금릉金陵의 봉황대에 올랐다.

그곳의 경치는 말로 형용하기 어려웠고, 이백은 ‘황학루’를 뛰어넘는 시를 남기게 되었다.

이백이 남긴 시가 ‘등금릉봉황대登金陵鳳凰臺’이고, 삼산이수란 표현이 여기에서 처음 보인다.

그런데 이백 시에 등장하는 봉황대와 백로주, 삼산이수 모두가 춘천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약 380년 전 춘천부사(춘천시장)를 지낸 엄황은 이백의 시에 빗대어 춘천의 삼산이수를 다음과 같이 극찬하였다.




봉황대鳳凰臺는 부의 서쪽 10리에 있다. 산기슭에서 갑자기 일어나 벽이 서니 천 척이라.

기세가 마치 누에머리가 강물로 달려들어 가는 것 같다.

위는 평탄하여 5, 60인이 앉을 만하고 장송과 늙어버린 잣나무가 울창하여 사랑받을 만하다.

장양강과 소양강물이 나란하게 흘러가다 사이사이 여울지고서 신연강新淵|江에 이르러 합해지고

문암門巖을 지나 서쪽으로 흐른다.

또한 서쪽으로 삼악산三岳山(삼학산)을 마주하고 북으로 백로주를 대하니,

이백의 옛 시 ‘등금릉봉황대’에 ‘삼산은 푸른 하늘 밖으로 반쯤 솟았고 두 강은 백로주로 갈라져 흐르네’라는 것으로

어찌 천년이 지나서도 마음만은 어느새 합해져 시인 묵객의 끝없는 흥취를 일으키고 있지 않은가!


엄황 <춘천읍지>




소양1교와 소양강, 소양정



춘천 도심을 동서로 관통하는 소양강과 장양강長陽江(=자양강紫陽江)이 이수가 되고,

삼악산(또는 삼학산三鶴山)의 세봉우리가 삼산이 된다.

소양강을 따라서 천년 고찰 청평사와 소양정이 자리하고 장양강을 따라서 문암서원과 도포서원이 자리했었다.

이수의 합수머리에 봉황대는 백로주와 중도, 신연강을 굽어보며 삼악산을 마주하여 자리하고 있다.

두 강물은 백로주白鷺洲에 의해 두 줄기로 흘러오다가 봉황대 앞에서

합해져 신연강을 이루고 명월 계곡의 냇물과 합해져 문암에 이르러서 머물다가 서울로 흘러간다.

춘천의 삼산이수는 시인 이태백이 노래한 금릉의 삼산이수보다 아름답다.

봉황대에 올라 바라보거나, 신연강의 물길을 여닫았던 문암에서 바라보거나,

삼악산 정상에 올라 바라보면 이보다 아름답고 환상적인 경치가 또 있을까!



1918년경 지도에 표시된 삼산이수



이제 춘천의 삼산이수를 한눈에 담아볼 수 있는 케이블카 운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 케이블카의 출발과 종착지는 이수가 합쳐지는 봉황대 바로 옆이고, 케이블카가 오르는 곳은 삼산三山인 삼악산이다.

그러니 케이블카에 오르면 맥국의 전설이 전해오는 의암衣巖이며 춘천의 진산인 봉의산, 춘천의 남산인 향로산 등

춘천을 두르고 있는 모든 산과 동서로 춘천을 관통하며 유유히 흘러왔을 소양강과 자양강 · 신연강을 모두 볼 수 있다.

춘천의 삼산이수를 즐길 방법이 케이블카로 인해 더욱 다양하게 되었다.

춘천의 삼산이수는 가을도 봄이라고 노래한 어느 시인의 말대로 ‘청춘 춘천’을 더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춘천은 그래서 까닭도 연고도 없이 가고 싶고 단풍도 꽃이 되는 곳이리라.




춘천春川이 그렇지

까닭도 연고도 없이 가고 싶지 (중략)

봄은 산 너머 남촌 아닌 춘천에서 오지

여름날 산마루의 소낙비는 이슬비로 몸 바꾸고

단풍 든 산허리에 아지랑거리는 봄의 실루엣

쌓이는 낙엽 밑에는 봄나물 꽃다지 노랑 웃음도 쌓이지

단풍도 꽃이 되지 귀도 눈이 되지

춘천春川이니까.

유안진,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