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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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64

2021.5
#봄내를 품다
허준구의 춘천 100경⑤
오봉산의 제 이름을 찾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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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지는 광경의 아름다움이나 산의 장엄함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아!' 하고 감탄하는사람은 이미 신의 일에 참여하는 것이다."

고대 인도 철학 경전 〈우파니샤드〉 중에서


 열 손가락을 잃은 상태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는 불굴의 산악인이자 세계적 등반가는

‘산 넘어 삶을 주제로 사진전을 열기도 하였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 프로그램이 시청률 상위에 기록하는 것만 봐도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산’이 주는 치유의 회복력은 큰 힘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호에는 치유의 산으로 유명한 아름다운 청평산을 이야기한다.



자연 풍광과 치유력이 좋은 산


‘청정하고 평화롭다’라는 뜻의 청평산 내에는 천년 고찰 청평사가 자리하며

이곳의 자연 풍광은 춘천에서 제일 윗자리를 차지하고도 남음이 있다.

조선 후기를 살았던 서종화는 청평산을 유림하고 기문을 지어서

구송대九松臺 서천西川 영지縣也 선동 仙洞 소요대逍遙臺 부용봉芙蓉峰 을 대표적 경관으로 꼽았다.

청평산의 청평사로 가는 방법은 세가지가 있다. 배편을 이용한 물길과 차량을 이용한 육로를 이용하는 방법과,

여기에 배후령 정상에서 청평산을 등반하여 이르는 방법이 있으니,

이렇게 물길 · 육로 · 등산로를 이용히여 갈 수 있는 사찰은 청평사가 세계에서 유일할 것이다.

자연풍광과 치유의 회복력은 청평산이 영서 제일이 되는 이유이며,

여기에 고려 시대 부귀와 명예를 내동댕이치고 청평산으로 귀의한 이자현 선생도 일정한 몫을 차지한다.

이자현은 고려 중기의 고려를 대표하는 귀족 출신으로 

'날아가던 새도 떨어뜨릴 수 있을 정도'의 권세와 부를 거머쥔 집안출신이다.

그러한 그가 모든 부귀와 명예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평생 마음을 다스리는 도량으로 삼은 곳이 청평산이다.

청평산으로 들어온 이자현은 무릎만 겨우 꿇을 수 있을 정도의 새알 모양의 작은 움집을 짓고,

오히려 쉴 수 있는 집이란 뜻을담아 식암息庵이라 불렀다.

그는 그곳에서 무려 37년이란 세월을 한결같이 살았다.

 이에 퇴계 이황은 ‘부귀영화를 쉽게 추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속세를 떨쳐 버리고 산속에서 무려 37년의 긴 세월을 살았다’라고 하며 그 탈속과 청정한 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청평산으로불리기 이전에는 ‘신비로운 구름이 감돈다’라는 뜻을 지닌 경운산慶雲山으로 불렸다.

이자현이 이곳에 들어온 뒤로 사나운 짐승은 자취를 감추고 도적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경운산은 ‘청정하고 평화로운 산’이란 뜻의 청평산으로 이름을 바꾸게 되었다.


예로부터 경운봉, 향로봉, 부용봉을 합쳐서 청평산이라 불렀다.


경운산一청평산一오봉산?一청평산!


그러나 근자에 들어와 청평산을 문헌 근거 없이 오봉산으로 부르고,

경운산을 오봉산 남동쪽 아래 있는 산으로 표기하였으며,

영지에 비친 청평산 부용봉을 청평산과 관련 없는 동북쪽 봉우리에 표기하고 있다.

이는 옛 문헌 ‘청평산은 향로봉·부용봉·경운봉 등 세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고,

영지에 비추는 봉우리는 부용봉’이라는 기록과 전면으로 배치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특히 영지는 동양 최고最古의 정원 유적으로서 그 가치가 매우 높으며,

청평산 부용봉이 영지에 비추기 때문에 비출 영影 연못 지池로 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용봉의 위치 수정이 절실하다.

세상의 부귀영화를 버리고 맑고 깨끗한 가난함을 선택한 이자현은 청평산을 오르며

한없이 너그러운 자연에 경외심을 느끼고 그 길 위에서 인간의 삶을 성찰하며 자연의 경이로움 속에서 치유의 삶을 살았다.

잘못된 기재로 순식간에 '청평산'이 '오봉산'으로 바뀌고 영지의 부용봉과 경운산을 잃어버린 오늘이 되었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치유와 회복력을 주고 있는 '청평산'의 이름을 찾는 일과

경운산과 부용봉의 위치를 바로잡는 일이야말로, 우리 지역에서 가려 보이지 않았던 보물을 찾아

미래에 물려줄 값진 선물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좌)‘춘천읍지’ 춘천관내도 채색지도 1897년경 경운산, 청평사, 영지가 표기되어 있다. (우)청평사 영지. 영지에 비치는 산은 부용봉이다.